1952년 10월, 강원도 철원의 작은 흙더미 위에서 열흘간 24번의 공방이 벌어졌습니다. 국군 9사단과 중공군 최정예 38군이 뒤엉킨 그 고지는 피와 화약으로 하얗게 깎여나가 백마고지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.1952년 10월 8일, 395고지의 지옥에서철원평야를 가로지르는 가을바람은 차가웠지만, 내 허파로 들어오는 공기는 피비린내와 화약 연기로 타들어 갈 듯 뜨거웠다.전투가 시작된 지 사흘째였다. 해발 395미터. 평야에 우뚝 솟은 이 이름 없는 대머리산이 무어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9사단 전우들과 저 저승사자 같은 중공군 놈들은 서로의 목줄을 쥐고 진흙탕을 구르는지 알 수 없었다. 사흘 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진 산이었건만, 포탄에 산 전체가 하얗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. 뼈대만 남은 나무들은 마치..